5월 1일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이재명의 선거법(허위사실공표) 혐의 사건 2심 무죄를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서울고법은 파기환송 하루만에 재판부와 공판기일을 지정했다(5월 15일).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전례없이 전광석화처럼 서두르는 대법원의 노골적인 정치개입 의심 행태에 일선 판사들도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비판의 글을 올리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노골적인 대선 개입 사법 불신 자초, 법원 내부망에 올라온 판사들의 비판
<국민이 주인입니다>, 청주지법 판사
청주지방법원 판사 송경근
"대법원이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대법관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재판을 통해 정치를 한다." 등의 국민적 비판이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DJ 정치자금 수사와 같이 선거철이 되면 진행 중이던 수사나 재판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중단했습니다. 도대체 이러한 사법 불신사태를 누가 왜 일으키고 있는지, 사상 초유의 이례적이고 무리한 절차진행이 가져온 이 사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거 후 사법부가 입을 타격이 수습 가능할 것인지 그저 걱정될 뿐입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고, 오이 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라.", "결론과 절차가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정해 보여야 하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99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
법관생활 30여 년 동안 참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워낙 자질이 부족한 저로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며 살지 못했지만, 대법원에 계신 ‘저스티스’들께서는 적어도 저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믿고 그 판결을 존중하였습니다.
6만 쪽이 넘는다는 방대한 기록을 이례적으로 항소심 선고 후 불과 2일 만에 정리하여 대법원으로 송부하고, 피고인의 답변서가 제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날인 4. 22. 소부 배당 후 즉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당일 오후 1차 합의기일을 갖고, 이틀 후인 4. 24일 2차 합의기일을 갖은 후 1주일 후인 5. 1.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30여 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더군요.
1, 2심이 정반대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사안을 말입니다. 게다가 보도되는 판결이유를 살펴보니 사실관계 확정이 결론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라 사건기록도 열심히 보아야 했을 사건이더군요. 1, 2심의 결론이 다르고 그 심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사실관계 확정 및 법리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아닌지요.
하기야 6만 쪽 정도는 한 나절이면 통독하여 즉시 결론을 내릴 수 있고, 피고인의 마음 속 구석구석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관심법까지, 그야말로 신통방통하고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지신 훌륭한 분들만 모이셨을 것이니... 아무 일도 아닌 것을 우둔한 제 기준에만 맞춘 기우인가 봅니다.
대법원이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심리할 때부터 저는 "대법원이 왜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무리한 행동을 할까"라고 의아해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주심대법관이 불과 몇 개월 전 유사한 사건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항소심판결이 무죄 선고의 법리적 근거로 삼은 판결이 바로 위 판결이며, 파기환송 하더라도 절차와 시간상 대선 전에 확정판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이므로, 상고기각을 하려나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경우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날개 달아준 후 덕 보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될 것이고, 설령 파기환송을 하더라도 "어떻게든 선거에 영향을 주어 이재명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됨으로써,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대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행위를 했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법원판결의 배경을 설명하는 보도자료, 차라리 내지 않은 것만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느닷없이 적절한 비교대상도 아닌 미국의 부시-고어 재검표 판결을 끌어오질 않나, 1, 2심의 결론이 달리나온 것을 두고 "혼란과 사법불신의 강도가 유례없어 신속한 절차진행이 필요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다수의 평범하고 선량한 유권자들이 정말 그렇게 인식하고 있던가요. 보도자료를 작성한 분은 평소 누구를 만나고 어떤 언론매체를 보고 들은 것인지요.
12. 3. 친위쿠데타 세력들은, 권력의 실정과 전횡을 비판․견제하는 야당과의 반목 상황을 들어 "국가적․사회적 혼란과 대립 양상이 극에 달해 군을 동원한 질서 유지가 필요했다"고 했었지요. 저는 그날 밤 비상계엄 발령 사실조차 모른 채 재판부 구성원들과 함께 술을 꽤 마시고도 늦은 시간 아주 안전하게 귀가했습니다.
민사사건이 아닌 형사사건, 그것도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 사건에서, 피고인이 어떤 사실을 말한 적이 없거나(골프 발언) 자신이 느낀 대로 또는 이를 과장해서 말했더라도(국토부의 협박 발언) “당시 상황과 발언의 전체적 맥락을 토대로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이해되는지 살펴야 한다”는 이른바 ‘유권자의 관점’을 내세워 '구체적인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이 경우 피고인은 당시 압박을 느껴 협박이라고 말했더라도, 법원이 사후에 유권자의 시각에서 판단한 결과 협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고의범인 허위사실 공표죄가 성립되는 것이지요.)라는 의문이 들기는 하나, "기록도 보지 못한 사람이 뭘 알고 그런 말을 하냐"고 할 것 같아 굳이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 마음속으로 "언어의 내적 의미가 아닌 사용맥락을 중요시한 천재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무덤에서 깜짝 놀라 뛰쳐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해봅니다.
그동안 우리 사법부의 행정책임자들이 위헌․불법적인 비상계엄 사태 때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상황이 너무나 엄중한지라 사법부를 위해 참았습니다. 그 직후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그에 관한 질의나 문제 제기조차 전혀 없었다는 것에 크게 실망했지만 그래도 참았습니다.
과거 사법행정권 남용행위 등에 적극 가담하거나 방조하고 수구 언론들과 소통하면서 그 청산 노력을 방해하던 사람들이 대법원, 법원행정처, 각급 법원의 책임자로 복귀하는 것을 보면서도, 인사권자는 대법원장이고 종전의 실수를 거울삼아 더 잘할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사법부의 발전을 기원했습니다.
그런데 종전에 사법행정권 남용, 권력과의 거래 의혹 등에 문제를 제기하던 법관들에게 '정치판사', '이념 편향적 판사'라고 그렇게도 비판하던 분들, 지금은 왜 이리 조용하신가요.
과연 무엇이 법원을 해치는 행위인지요. 법을 전공하고 그것으로 엘리트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군을 동원해 친위쿠데타를 일으키고, 이러한 세력들을 말도 안 되는 궤변과 허위사실로 변호함으로써 법정을 희화화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듯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우리가 가진 재판권은 공부 잘하고 시험 잘 보았다고 받은 포상이 아닙니다. 권력자가 준 것도, 변호사가 준 것도 아닙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이 세상에 잘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에 '공부' 그것도 '법률공부' 하나 잘해서 법관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 사회와 사람들에 대한 공감능력, 인문학적 소양, 공직자로서의 자세 등 법률지식 못지않게, 아니 그 보다 더 중요한 시민적 소양은 검증된 바 없습니다. 평범한 국민들 중에는 위와 같은 능력에 있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만 모를 뿐입니다.
국민은 그저 지배대상이, 재판대상이 아닙니다. 우리를 임명한 주인입니다. 결국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청주지방법원 판사 송경근 올림
<대법원의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부산지법 판사
부산지방법원 판사 김도균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고,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됩니다(헌법 제101조, 제1. 2항). 즉, 대법원은 최고법원입니다(법원조직 법 제11조). 따라서 심급제의 최종심을 담당하고 그 재판결과는 하급심을 기속 합니다.
그러나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과 신임을 공권력에 대한 정당성 부여의 제일 근거로 삼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권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습니다.
그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헌법이 직업 법관과 법원에게 사법권을 부여하고 그 재판에 승복하도록 하는 것은 법령에 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법관들이 오로지 법률과 법리에 따라 분쟁을 심판함으로써 선출된 권력이 폭주하지 않도록 견제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법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하여야 하는 것이고(헌법 제103조), 재판권은 특정 세력이나 집단에 편향된다는 의심을 사지 않도록 예측가능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극도의 절제 하에 행사되어할 것입니다.
즉, 대법원 재판의 권위는 형식적으로는 최고법원이고 최종심이라는 소송법상 지위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불편부당, 절제, 공정, 중립의 미덕 하에서만 그 실질적 의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례성'이라는 것은 문언 그대로 통상적인 절차와 관례를 벗어난 돌출적인 사건의 진행을 의미하고, 이는 사물의 전개가 이미 통상적으로 예측가능한 경로를 벗어난 상태여서 어떠한 '의도'가 개입하였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개념징표이므로,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이라면 누구나 가장 듣기를 꺼려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상고심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되면 해당 사건은 소부에 배당되어 주심 대법관이 지정되고, 재판연구관들이 그 사건을 검토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주심 대법관에게 보고하면, 이를 토대로 소부 내 대법관들이 합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되,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는 것이 지금까지 통상적인 상고심 사건의 예측가능한 경로였습니다.
또한, 영미법상 이중위험 금지의 원칙은 피고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절차적 원칙으로서, 우리 법제상 전면적으로 채택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념적 타당성은 법률가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하급심이 무죄로 판단한 사건은 되도록 그 결과를 유지하려는 것이 상급심의 기본적 전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종래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사안들에 관하여 되도록 그 결론을 유지하려고 노력해 온 것이 통계상으로 확인되는 것도 같은 취지로 이해됩니다. 그렇다면, 항소심이 무죄로 판단한 사건을 파기할 경우 더욱 신중한 심리가 필요함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대법원은 최근 특정 사건에 관하며 매우 이례적인 절차를 통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러한 '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비판 자체가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잠식하게 될 것입니다.
대법원은 지난 수십 년간 끊임없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재판'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스스로가 이번 한 건의 재판으로 스스로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심리기간을 준수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음을 주장하겠지만. 그동안 수많은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사례가 거의 없음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옛사람도 '瓜田 不納履, 李下 不正冠'이라 하지 않았던가요? 사법부 내에서 이례적인 재판이 반복되고, 그 이례성이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게만 유리하도록 편향되게 작용하는 모습이 거듭된다면, 일반인들은 더 이상 법원의 재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심각한 후과를 남길 것임이 분명합니다.
하물며 대법원은 가장 탁월한 법리적 지식과 오랜 경륜, 고매한 인품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대법관들로 구성되고, 가장 신중하고 공정하게 재판할 것으로 기대되는 '최고법원'이 아닙니까?
저 역시 형사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로서 간략하나마 대법원 재판을 평해 보았습니다. 주제넘는 부분은 너그러이 혜량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고견과 질정을 기대해 봅니다.
-부산지방법원 판사 김도균 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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