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의 높은 작품성으로 이미 많은 주목을 받던 작가 한강이, 세계적인 권위의 노벨 문학상에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한강 작가의 약력과 작품, <소년이 온다>를 포함한 박근혜정권의 블랙리스트 논란 등을 살펴본다.
작가 한강 노벨 문학상 수상, '소년이 온다' 등 작품 목록, 블랙리스트라는 폭력과 빈곤성
2024 노벨 문학상 수상자 선정, 한강
2024.10.10 스웨덴 한림원,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국의 작가 한강
한림원(스웨덴 아카데미)의 노벨 문학상 발표문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
안데르스 올슨, 노벨 문학상 위원회 위원장
안데르스 올슨 위원장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을 소개하는 글에서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에우로파> 등 한강의 다양한 작품을 언급했다.
- 한강은 육체와 영혼,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고,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
-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맞서는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냈다. 그 은유를 통해 강렬한 시적 산문을 보여줬다.
안나 카린 팜, 노벨 문학상 위원회 위원
- 한강의 작품을 잘 모르는 독자는 <소년이 온다>부터 읽어야 한다.
- 이 작품은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는 언제나 얽혀 있으며, 이런 사건(광주 민주화 운동)의 트라우마는 여러 세대에 걸쳐 남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 한강의 강렬하고 서정적인 글은 역사적 폭력에 대한 위안이 되고 가끔은 초현실적이기도 하다.
- 그의 부드럽고 분명한 산문은 잔혹한 권력에 맞서는 힘이 된다.
* 한강(53세) 작가의 노벨상 수상식은 12월 10일(알프레드 노벨의 사망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 5천만 원)와 메달 및 증서가 수여된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에 이어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 작가상'이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이다.
한강 작가 약력, 수상 이력, 작품 목록
작가 약력
1970. 광주(현 광주광역시) 출생
1993.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3. 문학과 사회, <서울의 겨울> 외 4편의 시로 등단.
1994.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 소설 등단.
한강은 한국의 소설가이자 시인, 아동문학가이다. 1988년 <해변의 길손>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승원이 한강의 부친이다.
수상 이력
1994,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붉은 닻>
1999, 제25회 한국소설문학상 <아기 부처>
2000,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문학부문)
2005, 제29회 이상문학상 <몽고반점>
2010, 제13회 동리문학상 <바람이 분다, 가라>
2014, 만해문학상 <소년이 온다>
2015, 황순원문학상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2016, 맨 부커 국제상 <채식주의자>
2017,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 김유정문학상 <작별>
2019, 인촌상 언론문화부문
2022, 제2회 용아문화대상
2023, 메디치 외국문학상 <작별하지 않는다>
2024, 노벨문학상
* 맨부커상: 후원자인 부커 그룹과 맨 그룹의 이름을 따서 '맨부커 상'이라 불렸으나 맨 그룹이 빠지며 현재는 '부커 상(The Booker Prize for Fiction)'으로 불린다.
한강 작가의 작품 목록
- 장편소설
검은 사슴 / 1998 문학동네
그대의 차가운 손 / 2002
바람이 분다, 가라 / 2010
희랍어 시간 / 2011
소년이 온다 / 2014
흰 / 2016
작별하지 않는다 / 2021
- 소설집
여수의 사랑 / 1995
내 여자의 열매 / 2000
채식주의자 / 2007
노랑무늬영원 / 2012
- 산문, 동화, 시
내 이름은 태양꽃 (동화) / 2002
붉은 꽃 이야기 (동화) / 2003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산문집) / 2007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산문집) / 2003
눈물상자 (동화) / 2008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집) / 2013
디 에센셜 : 한강 (소설, 시, 산문) 2022
- 중, 단편 소설
붉은 닻 / 1994
진달래 능선 / 1994
질주 / 1994
야간열차 / 1994
여수의 사랑 / 1994
어둠의 사육제 / 1995
철길을 흐르는 강 / 1996
흰 꽃 / 1996
내 여자의 열매 / 1997
어느 날 그는 / 1998
아기 부처 / 1999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 / 1999
아홉 개의 이야기 / 1999
붉은 꽃 속에서 / 2000
회복하는 인간 / 2001
노랑무늬영원 / 2003
채식주의자 / 2004
몽고반점 / 2004
나무 불꽃 / 2005
파란 돌 / 2006
왼손 / 2006
훈자 / 2009
에우로파 / 2012
밝아지기 전에 / 2012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 / 2015
작별 / 2017
교토, 파사드 / 2020
노벨과 노벨상 (The Nobel Prize)
알프레드 노벨(1833~1896)
스웨덴의 화학자이자 발명가로 1866년 고체 폭탄 '다이너마이트'와 1875년 무연화약 발리스타이트를 발명했다. 이 발명과 특허로 노벨은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노벨은 자신의 발명품이 군사적 살상무기로 이용되는 것에 회의를 느꼈고, 사망 전 해인 1895년 남긴 유언장에 5개 분야의 뛰어난 공헌자에게 유산의 이자를 상금으로 준다는 내용을 남겼다.
노벨의 유언에 따라 노벨의 유산 94%를 자산으로 한 노벨 재단이 1900년 설립되었고, 1901년부터 노벨상을 수여하기 시작했다.
노벨 상은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학(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등 5개 부문을 시상하는데, 1969년부터 노벨 경제학상이 추가되었다.
블랙리스트 논란, 보수정권의 사고의 빈곤함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촛불집회,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참사 후 보수정권은 정권의 위기감을 느끼자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블랙리스트 관리 명단 규모는 2만 명이 넘었고 이중에 사찰, 검열, 지원배제 등 실제 피해를 입은 개인이나 단체는 총 9천여 명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검열
▶ 한겨레, 블랙리스트 만든 정부, 한강 소설도 ‘사상검증’ 정황
2013~201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진흥원)이 주관하는 세종도서(이전 문화부 우수도서) 선정·보급 사업 심사에서 5·18을 다룬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 등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다룬 도서들이 다수 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소년이 온다>(한강·창비), <차남들의 세계사>(이기호·민음사), <사자클럽 잔혹사>(이시백·실천문학사), <높고 푸른 사다리>(공지영·한겨레출판) 등이다.
당시 진흥원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5·18, 북한, 개성공단, 마르크스, 정치인 등의 키워드가 있는 책 다수가 심사에서 탈락했다”며 “특히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책에 줄을 쳐가며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검사해, 사실상 사전 검열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 <소년이 온다> 선정 여부를 두고 작품성을 높이 사는 심사위원들과 진흥원의 입장이 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 한겨레, 블랙리스트 만든 정부, 한강 소설도 ‘사상검증’ 정황
2016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 박근혜는 대통령 명의의 축전을 보내지 않았다.
이후 박근혜가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직 직무가 정지되고, 문체부 압수수색에서 나온 블랙리스트에는 작가 한강도 포함되어 있었다.
보수정권 블랙리스트의 폭력성과 빈곤함
자칭 보수정권은 자신들과 연관된 불편한 진실을 언급하는 이들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괴롭혔다. 문화예술인뿐만이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모든 이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노벨 위원회는 국가와 권력의 폭력에 상처 입고,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 치유에 몸부림치는 작가의 글들에 노벨 문학상을 수여했다.
2017년, 북한의 핵무기 실험과 트럼프의 북한 선제 타격론 등으로 한반도 전쟁 위기설로 혼란스럽더 시기, 뉴욕타임스 주말판에 작가 한강의 기고문이 실렸다.
제목은 '미국이 전쟁을 얘기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였고 부제는 '승리로 귀결되는 어떠한 전쟁 시나리오도 없다'였다. (While the U.S. Talks of War, South Korea Shudders: There is no war scenario that ends in victory.)
인간의 존엄을 가볍게 여기는, 전쟁위기를 조장하는 패권주의적 발상의 미국 발 뉴스들을 경계하며, 긴장의 한반도에서 평화적이지 않은 해법과 승리는 공허하고 터무니없다는 내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자칭 한국의 보수들은 기고문 중 '6.25 전쟁이 강대국의 대리전'이라는 대목을 끌어와 장르를 바꾸고 해부하는 특기를 보이더니, 기어이 현상의 해결이 없는 반공과 종북타령까지 나왔었다.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자신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을 권력으로 길들이고 없애버리지 못하면 안달 나는...... 늘 불안함에 시달려 핏발 선 눈을 가진 가짜 보수들의 그 기괴한 사고의 빈곤함을, 이제 한 번쯤은 돌아봐야 할 때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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